교육 사각지대, 비인가 국제학교의 민낯: 학원도 학교도 아닌 그곳의 진실
혼란의 시작: 비인가 국제학교의 실체
“국제학교인 줄 알았는데, 학원도 학교도 아니었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의 한 비인가 국제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부모들은 그 사실을 학교 홈페이지가 아니라 학원 커뮤니티 카페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 해당 학교에 다니던 재학생들 일부는 이후 어느 학교에도 전학하지 못한 채 자택에서 조용히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없어 공교육 복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 부재와 관리 사각지대
공식적인 학력 인정도, 교육청 인가도 받지 않은 채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을 모방해 운영되는 비인가 국제학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영국식 교육을 표방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법의 사각지대에서 자라는 무인증 사교육 시설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의 현황: 규모와 문제점
공식 통계조차 없다…비인가 국제학교 130개, 2만6000명 글로벌 국제학교 전문 조사기관인 ISC(International School Consultancy)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영미권 교육기관은 총 159곳이다. 이 가운데 '초·중등교육법', '제주특별법', '외국교육기관법'에 따라 인가를 받은 정식 국제학교는 29개교(1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30곳은 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비인가 국제학교'에 불과하다.
학력 인정의 부재와 교육 과정의 허점
비인가 국제학교는 교육청이나 교육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지 않은 교육시설을 말한다. 대부분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수업 방식이나 교육 과정을 초·중·고등학교처럼 운영하더라도 공식적인 학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금전적 피해와 법망 회피
대부분의 비인가 국제학교는 사립학교처럼 전일제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수업료 외에 입학금, 발전기금,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따로 징수하고 있다. 이는 학원법 위반 소지가 크다. 학원은 교습비 외 항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 행위로 이어진 비인가 국제학교의 폐해
비인가 국제학교 관련 피해는 단순한 제도 허점에 그치지 않는다. 아예 범죄 행위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인천 송도에 위치한 '세인트마틴국제학교'가 별다른 고지 없이 폐교했다. 협동조합 명의로 운영되던 이 학교는 교육과정 부실, 교사 급여 체불, 시설 기준 미달 등 총체적 문제를 드러냈다. 학부모 100여 명이 총 30억원 상당의 환불을 요구하며 소송에 돌입했다. 이사장은 결국 사기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입시 부정과 교육 파탄
더 충격적인 사례는 입시 부정이다. 일부 비인가 국제학교는 미국 대학 입학시험 정답을 사전에 유출하거나, 학부모에게 고득점 보장을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브로커와의 통화 녹취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시험지 유출은 명백한 범죄행위이자, 학생의 윤리의식을 망치는 교육 파탄 사례로 지적된다.
피해는 학생에게로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다. 정식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비인가 국제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국내에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대학 진학이나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폐교된 모 비인가 국제학교의 재학생 10여명은 공교육으로도 편입되지 못하고 '교육 난민'이 되는 처지에 놓였다.
인가 국제학교의 대안
올해 7월 기준 교육청 인가를 받은 국내 국제학교는 총 8곳 뿐이이다. 인천 3곳, 대구 1곳, 나머지 4곳은 제주국제자유도시에 조성돼 있다. 이들 학교는 교육청 승인을 받은 곳으로 걸맞은 시설과 교사진을 갖추고 있다. 한국어와 한국사 수업도 제공해 국내 학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 그늘 속 교육 현실을 마주하다
비인가 국제학교의 확산은 교육의 사각지대를 드러내며, 학생들의 학력 인정, 금전적 피해, 심지어 범죄 연루까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교육 당국의 관리 부재 속에서, 학생들은 교육의 기회를 잃고 미래를 위협받고 있다. 인가 국제학교와 제주 영어교육도시와 같은 대안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Q.비인가 국제학교는 왜 문제가 되나요?
A.학력 미인정, 관리 부실, 금전적 피해, 입시 부정, 교육 과정의 질 저하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며,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Q.인가 국제학교와 비인가 국제학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인가 국제학교는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 설립되어 정식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교육 과정과 시설, 교사진에 대한 기준을 충족합니다. 반면, 비인가 국제학교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학력 인정을 받기 어렵습니다.
Q.비인가 국제학교 관련 피해를 입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관련 증거를 확보하여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청 또는 관련 기관에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